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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및 감금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범죄를 넘어,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네트워크가 결합된 신종 초국경 범죄의 형태로 진화하며 한국인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20대 대학생의 비극적인 피살 사건은 이러한 범죄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전 국민적인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과거 동남아시아 지역 범죄 조직들이 다른 국가를 주된 표적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한국인들이 주요 타겟이 되고 있으며, 그 수법 또한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문제의 현재 상황과 심각성을 조명하고, 신종 네트워크 범죄의 특성, 그리고 이러한 범죄의 배경이 되는 '푸젠갱' 조직의 실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현지 권력과의 유착 및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세탁 과정 등을 통해 범죄의 확장성과 은밀성을 파악하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초국경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하시거나 현지에 거주하시는 한국인들이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숙지해야 할 구체적인 주의사항을 상세히 안내해 드릴 예정입니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문제의 심각성
올해 들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신고는 330건으로 급증하였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와 경찰 당국에 비상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캄보디아의 '보코 산' 지역에서 범죄 조직에 납치되어 고문을 당한 후 살해된 20대 한국인 대학생의 유해가 74일 만에 국내로 송환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여, 국민적 충격과 더불어 해외 체류 국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습니다.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위치. 전자민원, 준법 운동, 여성포럼, 인권 광장.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위치. 전자민원, 준법 운동, 여성포럼, 인권 광장.
www.immigration.go.kr:443
이러한 국제 범죄에 연루된 한국인의 수는 정부 추정치로도 1000여 명에 달하며, 현지 사정에 밝은 이들은 실제 피해 규모가 훨씬 클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피살된 대학생을 화장했던 캄보디아 현지 불교 사원에는 추가적으로 한국인 시신 3구가 냉동 시신 안치실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납치 피해자 중 상당수는 20대와 30대 남성인 것으로 파악되며, 전체 피해자의 약 90%가 남성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경북 지역에서도 캄보디아로 출국한 30대 남성이 범죄 조직에 납치된 사건이 발생하여 국내에서도 관련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신종 네트워크 범죄의 특성: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
최근 발생하고 있는 범죄들은 과거의 조직 범죄와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아날로그적 요소(인적 네트워크)와 디지털 기술(온라인 플랫폼, 암호화폐)이 결합된 신종 네트워크 범죄입니다. 기존의 범죄 조직처럼 명확한 위계질서와 두목을 중심으로 운영되기보다는, 탈 중심적이고 흩어져서 작동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모듈화'된 작동 방식은 특정 언어만 바꿔 끼우면 어느 국가에서든 범죄를 실행할 수 있게 하여 국경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온라인 범죄는 '피그 부처링(Pig Butchering)'과 같은 악명 높은 수법을 사용합니다. 이는 사기꾼이 온라인에서 피해자와 친분이나 신뢰 관계를 형성한 후(주로 로맨스 사기), 가짜 투자 플랫폼으로 유인하여 피해자의 자산을 모두 가로채는 방식입니다. 범죄 조직원들은 개개인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선후배, 친척, 가족 등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범죄에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인센티브를 받는 형태로 운영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범죄의 확장성이 매우 크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즉, 한 번 시작된 범죄는 또 다른 범죄를 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인이 이 범죄에 연루된 지 6~7년이 지나면서, 피해자였던 한국인이 스스로 범죄 조직을 만들어 운영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푸젠갱'의 등장과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한 확산
현재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활개 치는 네트워크 범죄의 중심에는 '푸젠갱'이라고 불리는 집단이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 푸젠성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질 뿐, 일반적인 범죄 조직처럼 하나의 집단적 멤버십이나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은 중심이 없는 탈 중심적인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되며, 두목으로 보이는 인물이 사라진다고 해서 조직 자체가 사라지지 않고 작은 점으로 흩어져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이러한 유연성은 범죄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이러한 스캠 사기 범죄는 2000년대 초 중국 푸젠성에서 시작되었는데, 언어를 기반으로 한다는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푸젠 방언은 세계 3대 방언 중 하나로, 이 지역과 대만의 방언이 동일한 점을 이용하여 약 20년 전 대만의 스캠 사기 조직이 유입되면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대 초 시진핑 정권의 강력한 단속을 피해 이들은 동남아시아 국가로 거점을 옮기게 됩니다.
특히 2013년 시진핑 정권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인해 동남아시아 곳곳에 특별 경제구역이 건설되면서, 푸젠 출신 사기 집단들은 이 지역으로 대거 이동했습니다. 중국은 현지인 대신 중국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투입하여 도시와 항만을 건설했는데, 이 중국 노동자들이 스캠 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었습니다. 미얀마 북부, 라오스, 필리핀, 캄보디아 등이 주요 거점으로 활용되었으며,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인근 동남아 국가 국민들이,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전후부터는 한국, 대만, 일본 사람들이 주요 타겟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동남아시아의 글로벌 억만장자 중 절반 정도가 푸젠 출신이라는 점과, 삼합회와 같은 중국 범죄 조직의 양대 축 중 하나가 푸젠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2023년 싱가포르에서 단속된 3조 원 규모의 돈세탁 조직원 10명 전원이 푸젠 출신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현지 권력과의 유착 및 경제 공동체화
중국계 범죄 조직들은 현지에 진출할 때 단순히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넘어, 합법적인 기업의 외피를 쓰고 막대한 자금을 동원합니다. 수백억, 수천억 원의 자산을 가진 투자 회사나 코인 회사 등으로 위장하여 공장이나 호텔 건설 등을 명목으로 현지에 접근하면, 브로커와 정치 권력이 자연스럽게 얽히면서 유착 관계가 형성됩니다. 이러한 유착은 단순히 권력과 범죄 조직 간의 비공식적인 협력을 넘어, 경제 공동체화되는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라오스의 골든 트라이앵글 특별 경제구역 내 '골든 로맨스'라는 스캠 사기 단지 법인 지분 20%를 라오스 정부가 소유하고 있으며, 미얀마의 슈에 코코 지역에서는 범죄 수익의 30~50%가 미얀마 정부군과 반군 측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이는 범죄 수익이 늘어날수록 현지 정권의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어,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단속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을 초래합니다. 이러한 지역들이 거버넌스가 약하고 부패가 심한 곳에 한정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범죄 자금 규모가 조 단위로 커지면, 이 자금은 심지어 선진국에서도 투자 자금으로 둔갑하여 유입될 수 있습니다. 2023년 싱가포르에서 드러난 3조 원 규모의 돈세탁 사건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투명하고 제도가 잘 정비된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에서 거대한 규모의 돈세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더욱이 올해 초에는 해당 범죄 조직원들이 참여한 파티에 싱가포르 장관급 인사 4명이 참석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범죄 자금이 국가의 핵심 영역까지 침투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문제의 복잡성을 한층 더 심화시킵니다.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세탁 및 합법적 경제 시스템 유입
과거의 범죄 조직은 조 단위의 자금을 모으는 것만큼이나 이를 합법적인 자금으로 세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네트워크 범죄는 암호화폐를 통해 범죄 수익을 세탁하고, 이를 국제 금융 허브 지역을 통해 합법적인 경제 시스템으로 유입시키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암호화폐는 추적이 어렵고 국경을 초월하여 빠르게 전송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대규모 범죄 자금 세탁에 매우 용이하게 활용됩니다.


범죄 조직들은 이렇게 세탁된 자금을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런던 등과 같은 주요 국제 금융 허브에 있는 합법적인 사업이나 투자에 활용하여 자산을 불려나갑니다. 이로 인해 수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범죄 자금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범죄 조직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이들을 뿌리 뽑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규제와 국제 협력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범죄 해결을 위한 국제적 공동 대응의 필요성
"특정 민족, 특정 국가, 특정 종교, 특정 종족을 일반화하고 악마화해서 그들을 몰아붙이는 것은 절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해자로 지목해야 될 대상은 범죄 행위를 한 사람과 이것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들입니다. 이 구조를 봐야 합니다."

김종호 교수의 지적처럼, 이러한 초국경 범죄는 특정 민족이나 국가를 악마화하여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핵심은 범죄 행위를 저지른 자들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부패한 정치인 및 관료들의 구조적 문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범죄가 국경을 초월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국가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특히 암호화폐 문제가 깊이 연루되어 있는 만큼,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공동 대응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국제 협력을 통해 범죄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돈세탁 경로를 차단하며, 범죄 조직의 네트워크를 와해시키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각국 정부는 자국 국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정보 공유 및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피해 발생 시 신속하게 구출 및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국제적 노력을 통해서만 신종 네트워크 범죄의 확산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캄보디아 방문 시 한국인을 위한 주의사항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 방문 및 체류 시, 다음 사항들을 반드시 숙지하여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검증되지 않은 고수익 일자리 광고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특히, "고수익 보장", "초보자 환영", "해외 근무", "암호화폐 관련 업무" 등을 내세우는 광고는 99% 사기입니다. 이는 대부분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에 가담시키기 위한 미끼입니다.
- 취업 사기 유형을 인지하십시오. 범죄 조직들은 항공권 및 비자 발급 비용을 지원해주겠다고 유혹하거나, 현지에 도착하면 여권을 빼앗고 감금하여 강제로 불법 노동을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국 전 반드시 해당 기업 및 채용 공고의 진위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 출처 불명의 투자 권유에 응하지 마십시오. "단기간 고수익", "최신 투자 기법", "전문가 리딩" 등을 주장하며 암호화폐나 기타 신종 투자 플랫폼을 추천하는 경우, 이는 피그 부처링(Pig Butchering)과 같은 사기 수법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온라인 관계에 주의하십시오. 소셜 미디어, 데이팅 앱 등을 통해 알게 된 낯선 사람이 갑자기 거액의 돈을 요구하거나,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현지에서 만나자고 유도하며 외진 곳으로 데려가는 시도를 경계해야 합니다.
- 개인 정보 노출에 신중하십시오. 신분증, 여권 사본, 은행 계좌 정보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함부로 타인에게 제공하지 마십시오. 이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습니다.
- 수상한 장소 방문을 자제하십시오. 일반적인 관광지가 아닌 외진 산간 지역이나, 외부와 단절된 불법 시설로 의심되는 곳은 절대로 방문해서는 안 됩니다.
- 현지 문화와 법규를 존중하고 비상연락망을 확보하십시오. 현지 체류 시에는 항상 대사관 비상연락처와 가족 또는 지인의 연락처를 소지하고, 주기적으로 자신의 위치와 안부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여행 전 안전 정보를 확인하십시오. 출국 전에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 등에서 해당 국가의 최신 안전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